"친구야! 내 임플란트 할 때 무서워서 그러는데 수면 임플란트라는 것도 있데? 그거 해주믄 안되나?"
"친구야.. 당연히 해줘야지! 수술할 때 내가 자장가 불러줄께!"
.
.
.
.
.
(이하는 치과 가기가 무서워 치료를 미루시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후, 수면 치료에 대해 문의하셨던 환자분께 상담 드렸던 내용 중 일부 입니다.)
누구나 치과치료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그것을 극복하고 치과에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첫번 째 관문이죠.
진통제만으로 버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에서 아주 쉽게 해결 될 것도 미루다가 일이 커지기도 하구요.
일단 많이 썩어서 부러진 치아라 하더라도 하루빨리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임플란트 등 대안이 있지만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리시도록 하시구요,
치료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검진이 이루어져야 자세한 말씀을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가장 궁금하신 수면마취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문가의 입장에서 냉정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치과에서 수면마취는 과잉진료입니다.
환자들의 치과치료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하여 수면마취라는 부가적인 행위를 통해 치료비를 더 청구하고 수면마취를 하면 아프지 않다고 현혹하여 치료를 하게끔 만드는데 사용되는 일종의 홍보수단이 수면마취입니다.
물론 수면마취를 하면 아프지 않습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수면마취를 하지 않아도 아프지 않습니다.
결국 치료중 수면 유도는 필요가 없는 시술이란 이야기 입니다. 적어도 보통의 치과치료에 대해서는요.
모든 치과치료(양악수술이나 구강암 수술 등 특수한 경우는 제외)는 국소마취하에 치료할 수 있고 수면마취(의식하 진정법 이라고 합니다)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정법이 필요한 경우도 드물게 있는데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소아환자나 정신지체아의 경우 불가피하게 수면유도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정법을 사용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대학병원치과에서 수면치료를 시행하는 곳은 소아치과 밖에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제가 정신지체환자들을 많이 치료하던 시기가 있었는데(환자들은 청소년이나 성인 나이 이지만 정신연령은 4~8세 정도에 멈추어 있습니다), 대화도 잘 안통하고 치과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한 친구들 이지만 수면마취 없이 거의 다 치료해 주었습니다. 당시 그 병원의 사정 상 수면마취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 때 만약 수면 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면 저도 그것을 권했을지 모르겠습니다(내가 편할려고).
두려움만 극복하면 얼마든지 아프지 않게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을 수면치료로 유도하는 것은 이면에는 치과의 수입과도 관련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성인이라면 대부분 치과치료에 대해 수면치료는 거의 필요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치과의 국소마취 약제나 마취 기법도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하여 요즘은 치과 치료 도중 아파서 치료를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충치치료나 잇몸치료, 발치, 임플란트 등 해당 부위만 국소마취 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치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픈 순간은 치료 도중이 아니라 치료가 끝나고 집에 가서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인데, 이 때 어느정도 통증이 있습니다.
치과에서 수면을 하더라도 어차피 국소마취가 풀리고 통증이 느껴지시 시작하는 순간은 수면에서 깨어서 귀가한 이후 이기 때문에, 결국 치과에서 한 수면마취는 환자분께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셈이 됩니다.
또한 어떤 시술은 치료 중에 환자와의 대화가 필요하거나, 환자의 느낌을 술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치과는 아니지만 내과 등에서 내시경 검사를 할 때도 수면유도 후 하는 경우가 수면 없이 하는 경우에 비해 천공 사고의 위험이 더 높습니다. 내시경은 자체가 괴로운 시술이 될 수 있으므로 수면 하에 하는 것이 유익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구강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국소마취로 감각이 없어진 부분만을 치료하는 치과치료에서는 수면마취로 환자의 의식을 잠재우는 것이 오히려 환자에게는 더 불편한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수면상태에서의 치료는 환자의 반응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므로 차칫 술자의 오류가 그대로 덮이게 되는 상황도 드물게 있을 수 있습니다.
치료 중 기존 충전물들의 잔해가 입안에 가득 할 때, 일어나서 가볍게 입을 헹구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편리하게 구강을 세척할 수 있는 방법인데 잠을 자고 있으면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치료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깊은 수면에 빠질 경우 누워서 입안에서 행해지는 치과치료의 특성상 작은 기구나 각종 파티클들이 기도로 넘어가 대형사고가 날 확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면의 깊이를 얕게 하면 치료받는 느낌이 다 느껴지기 때문에 또한 수면치료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국소마취만으로 뼈에 나사를 식립하는 임플란트 같은 수술을 어떻게 맨정신으로 안아프게 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많이들 두려워하시지만,
가끔은 심지어 임플란트 수술 중에 스스로 졸려서 주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수면마취를 한 것 처럼).
그 만큼 다양하고 정교한 마취 기법을 통해 얼마든지 편안하게 무통 진료가 가능한 것입니다.
예전 어떤 환자분은 수면마취 후 몇 회 치료받으시고 나서는 굳이 필요없는 것 같다며 이후 치료는 수면마취 없이 잘 받으시던 분도 계셨습니다.
또, 어린이의 경우 도저히 행동조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면마취를 권유하게 되는 케이스도 있는데, 요즘은 부모들이 정보를 많이 얻어서인지 수면마취 없이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수면치료 후 깨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아주 드물지만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귀하의 치과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불필요한 시술의 환상에 사로잡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